만약에
1999년에 아마존에 합류한 제프 윌크(Jeff Wilke)는 '상시 최저가' (Everyday Low Price)라는 월마트의 굳건한 신조의 진가를 알아보았다. 월마트는 매출액에 비해 광고나 할인 행사에 지출하는 금액의 비중이 비교적 적었다. 대신에 그들은 그걸 평상시의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데 사용했다. 월마트의 CEO를 지냈던 리 스콧은 나중에 제프 베이조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의 마케팅 전략은 바로 우리의 가격 전략입니다."
2001년에 코스트코 공동창업자인 짐 시네갈(Jim Sinegal)과의 중요한 만남 이후, 베이조스는 가격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분명히 했다. "아마존은 상시 최저가여야 합니다." 베이조스는 어닝스 콜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소매업체가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더 매길지 알아내려고 애쓰는 부류가 있고, 어떻게 하면 가격을 덜 매길지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회사가 있습니다. 우리는 후자가 될 것입니다."
아마존은 새로운 부문을 신설하고 그 안에 가격 책정 전문팀을 구성했다. 그 팀은 '경쟁력 모니터링 도구' (Competitive monitoring tool)라는 것을 만들었다. 인터넷 전체를 활개치고 돌아다니면서 경쟁업체의 사이트에 제시된 상품 가격을 수집하여 아마존의 전산장치로 가져다주는 시스템이다. 아마존이 월마트보다 낮은 가격을 맞출 때, 월마트는 다시 대응하는 일이 없었다. 당시에 월마트의 온라인 그룹은 아마존의 가격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월마트의 오프라인 부문 리더들은 온라인 사업부에서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면 온갖 비난을 퍼부었다. 그들은 디지털 사업부를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2005년, 아마존은 가격 경쟁에서 상대를 압도하기 위하여 또 하나의 조치를 취했다. 수레쉬 쿠마르(Suresh Kumar) 부사장이 이끄는 아마존의 소매 시스템 부문은 아마존의 웹사이트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의 기여 수익(contribution profit)을 자동으로 계산할 수 있는 컴퓨터 도구를 만들었다. 다른 경쟁사들이 어떤 상품 하나의 총수익(gross profit)을 살펴봤다면, 아마존은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아마존의 가격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격 책정에서 온라인에서는 월마트와 대등하게 맞서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가격을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마존은 2000년대 초, 대형 소매업체의 매장 내 가격을 추적하기 위해 임시 직원을 고용했다. 가격을 적어오거나 물건을 직접 구매해서 아마존의 컴퓨터 시스템에 입력했다. 몇 년이 지나 2010년에 아마존은 더 나은 해결책을 공개했다. 바로 '가격 확인(Price Check)'이라는 아이폰 앱이었다. 쇼핑객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그 앱을 실행하여 어떤 상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그것과 동일한 상품이 아마존에서는 얼마에 판매되는지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면 아마존은 자연스럽게 경쟁업체의 오프라인 매장 가격을 수집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이 앱은 쇼핑객에게 온라인 소비를 독려할 수 있는 매우 실질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2016년에 아마존은 26곳의 신규 물류창고를 열었는데 이러한 확장 덕분에 개별 주문에 대한 배송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회사의 가장 소중한 고객인 아마존 프라임 회원에게 배송 속도를 높일 수도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월마트의 매장이 아마존보다 우위로 여기던 즉시성의 장점이 점점 더 줄어들었다. 아마존이 물류창고를 확장하기 시작하자마자 오프라인 소매업체가 갖고 있던 가장 커다란 우위가 사라졌다.
2002년경에 월마트의 지도부는 '사이트에서 매장으로(Site to Store)'라는 서비스를 테스트했다. 이 서비스에서는 월마트닷컴의 고객이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그걸 인근 매장으로 배송하고, 그러면 고객이 그걸 나중에 무료로 수령할 수 있었다. 이들은 또한 '온라인 구입, 매장 수령(Buy Online, Pickup in Store, BOPIS)'이라는 서비스도 실험했다.